황호연, 팡팡 아프리카

NGO의 홍보팀 인턴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아프리카 대륙의 영상을 보았다. 차드, 짐바브웨, 모잠비크… 테이프에 나라의 이름이 적혀있었으나, 영상을 자세히 본 적은 많지 않았다. 나의 업무는 영상을 국가별로 정리하는 일과 그 지역을 방문한 직원들이 찍어둔 영상을 몇 배속으로 돌려놓고 괜찮은 그림을 빠르게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생각보다 많은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곳은 다 똑같이 까맣고, 밝은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거나, 자잘한 질병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검은색의 부정적 의미만 가득한, 말 그대로 ‘검은 대륙’ 이었다.
“아프리카를 다녀왔어,” 라는 말 대신 “‘르완다’에 다녀왔어.”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은 인턴을 한 지 8년이 지나고 휴가를 쪼개어 르완다를 다녀온 이후였다. 르완다에서 나는, 아프리카는 정말 많은 민족들이 모여 사는 대륙이고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생활, 그리고 모습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팡팡 아프리카의 글이 공감이 가고 그의 삶이 가깝게 느껴진 것은, 작가인 팡팡이 살아낸 4년간의 아프리카에 견주기엔 아주 작은 시간을 아프리카 대륙의 한 부분에서 보냈지만, 나 또한 그가 느꼈던 아프리카를 조금이나마 느껴서였다. 그렇지만 더 큰 이유는 글 자체가 또박또박 살아가는 삶의 실제여서였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피부색에 대한 표현이나, 무더운 줄만 알았던 아프리카 날씨가 춥다는 것부터, 그동안 만나온 사람들, 파견교사로 있으면서 겪은 이야기들. 잠깐의 여행이 아닌 생존을 위한 삶의 팁들이 곳곳에 보인다. 낯선 곳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겪었을 시행착오들 속에서 성장한, 팡팡이 대단해 보였다.
이제, 돌아온 팡팡은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와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팡팡 아프리카’가 본격적인 연결의 마중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혹여나 나처럼 부정의 ‘검은’ 대륙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이가 있다면, 어떤 색에도 잘 어울리는 ‘검은’의 의미로 전복되는 힘이,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닿기를. 같이, 함께 삶을 살아가는 연결과 조화의 힘이 느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