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일기/2016) 인생은 혼자_뉴욕

03화. 뉴욕 공항 입국 수속.(0930 JFK)

hi-tadpole 2017. 4. 16. 20:20

도넛방석의 아쉬움이 극대화된 비행이었지만, 결론은 잘 도착!

여기서 하나 빼먹은 건, 비행기에 동행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혼자 여행을 다닐만큼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에는 10%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뉴욕 항공권을 예매하자마자 일부 일정을 함께 할 사람을 찾았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네이버 카페)가 활성화 된 나라가 아닌가.


뉴욕으로 오기 전 네이버 카페(카페이름은 미여디/ 예전엔 뉴행디)에 가입해

비슷한 일정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 중 혼자 하기 애매한 몇몇 일정을 함께 소화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연락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연인가.)


아무튼, 총 일곱명 정도가 일정 중 몇몇 부분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래서 외롭지는 않았다.

원래는 숙소도 공유했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숙소는....

공유하지 못하게 되었다.


왜 그랬는지 에피소드를 또 풀어볼까보다.


에피소드 02. LGBT와 밥솥테러. 


원래 나의 숙소는 하이라인 파크 근처였다.

뉴욕 첼시거리에 '하이라인 파크'는 나름 뜨는 동네였고

하이라인 근처의 첼시에 대한 내 느낌은 서울의 상수동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이라인은 사진 속 직원이 입은 옷처럼

우물 정(井)자의 세로 획을 길게 늘어뜨린 저 표시가 하이라인의 상징이다.

하이라인은 예전에 철로였던 곳을 공원으로 만든 곳인데,

요즘 서울시에서 조성 중인 7017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7017이 개방도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흐름인 것 같다.


어쨌든, 하이라인에 대한 건

하이라인 파크를 집중 탐방했던 날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사진이 굉장히 어둡게 나오는데, 엄청 직관적인 답이지만,

날이 어두워서 그렇다. 


내가 여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비행기 일정과 숙소다.

그것이 정해지고 나면 여행 날짜가 다가와도

다른 일정은 그닥 목숨을 걸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친구와 다니면서 굉장히 책임감 없던 애가 책임감 있는 사람

코스프레를 했다는 자아 발견도 했다.


아무튼, 비행기 일정이 정해짐과 동시에 숙소를 정하는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 준비를 하느라 아침밥도 스킵하는데,

여행가서는 여유롭게 아침 산책도 하고 싶어서 숙소를 하이라인 파크가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출국하기 2주전 쯤, 뉴욕에서 테러가 일어났고.

테러는 밥솥과 폴더 휴대폰을 이용한 폭발 테러였다. IS가 미국까지 갔나... 어쩌지 취소할까 싶었는데.

우려했던 IS는 아니었고, LGBT의 소행이라고 발표됐다.


다행이다 싶었지만, 숙소에서 안전을 위해 10월말까지 영업을 정지해야 할 것 같다는 청천벽력과 함께

급히 다시 새로운 숙소를 물색해야했다.

하루에 5달러 정도 더 주고 호텔로 예약을 다시 했다. 사실 뭐 새로운 호텔도 나쁘지 않았다.




무사히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밟으러 가려니...

어마어마한 인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가 질렸다.

JFK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해서 많이 밀린다고는 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10여년 전 나는 토론토에서 뉴욕으로 버스를 타고 건너와서 JFK는 처음이었다.


첫번째 JFK 글자.

알다시피 입국수속할 때는 사진을 찍는 것이 금지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한장, 내려와서 한장이 전부이다.


여기서부터 나는 비자의 힘을 깨달았다.

내가 가진 비자가 가장 낮은 레벨의 B1/B2 비자였지만 처음 미국을 방문한 ESTA 보유자들보다는

미국 방문이 두번째인데다 이미 나의 재정상태 등이 증명된 상태였기 때문에

저 어마어마한 줄 옆에, 오른쪽에 한산한 줄로 빠졌다.

(ESTA로 두번째 방문인 사람도 이 라인으로 들어온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것은 확인되지 않아서...)


무섭게 생긴 제복입은 직원이 곳곳에 서있는데, VISA LINE↘ 요런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비자와 ESTA 라인이 갈라지는 곳에 서있고, 비자가 붙은 면이 보이도록 여권을 보여주면

비자 라인으로 빠질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그런데 내 친구들은 ESTA 입국수속 중이라 저 긴 줄을 소화하는데 한시간 반은 걸릴 태세였고

나는 5분만에 빠져나왔다. 




<<비자로 수속 밟을 때 알아두면 바보처럼 안 보이는 깨알 팁>>

(이건 내가 바보처럼 보였단 얘기)

비자 수속을 대면으로 받기 전에 비자를 확인하는 기계가 있다.

비자 사진과 얼굴을 비교하는 것으로 보이는 키오스크가 있는데,

키오스크에 달린 카메라가 이상하게도 낮게 설치되어 있어(서양인들은 우리보다 덩치도 큰데 말이다)

갑자기 내 키가(167cm에 가까운 166cm) 미국에서도 먹히나 싶어서

흔쾌히 매너다리로 얼굴을 들이밀었는데...


공항직원이 그럴 필요 없다는 손짓을 해가며 카메라를 쑤~욱 들어줬다.


그러니까, 비자 키오스크에서는 카메라에 몸을 맞춰 매너다리를 하지말고 쿨하게 카메라를 들어올리자.



5분만에 빠져나와서 와글와글한 ESTA 줄을 보니 더 기다릴 수 없어

난 먼저 가겠다 라고 카톡을 보내려는 순간.


USIM이 안 터지는 것이다!


오늘은 금요일 오후 1시.

여기서 우물쭈물하다가는 미국 고장난 USIM으로 금, 토, 일 3일을 보내야 할 상황이라,

우선 입국수속장을 빠져나갔다.

입국수속장이라 안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입국수속장을 넘어 출구로 나가니 빵빵 잘만 터졌다.(휴우)


여기서 다들 USIM은 어떤 것을 써야 좋을까, 고민할텐데.

사실 제일 많이 쓰는게 제일 잘 쓰는 것이다.

나는 T-mobile 30일짜리를 개통해서 썼다.

가격은 4만원대였고, 택배로 먼저 받아서 챙겨왔다.


이쯤에서 공개하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



에피소드 03. 저는 곧 미국에 갑니다. 희대의 망작 갤럭시 노트7 사전예약 구매자.


갤럭시 노트7.

아직까지도 미련이 옴질옴질 남은 애증의 휴대폰.


갤럭시 노트 7이 나오기 전에 노트4를 썼는데, 임대폰이었다.

18개월간 사용하고 반납하는 조건으로 40만원대로샀다.

그런데 갤럭시 노트7이 18개월보다 더 늦게 나왔다.

한 두달정도 위약금을 믈어가며 갤럭시 노트7을 기다렸다가 샀다.


사실 막 엄청 기대했다기 보다는 노트에 붙어있는 펜이 너무너무 유용해서 갤럭시 노트7을 샀을 뿐인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약 구매 해봤는데. 그게 희대의 망작이었을 줄이야.


갤럭시 노트7이 터지기 시작했다.


배터리문제라고 삼성에서는 말했고, 교환을 하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노트7 시용자가 비행기를 못타게 할 것이라는 둥.

안 그래도 전자 여권때문에 놀란 가슴, 갤럭시노트7에 더 놀랄 순 없어서 빛의 속도로 바꾸러 갔다.

애걸복걸하며...

"전 다음주에 미국에 갈거예요. 그 전에 노트7는 안전한 걸로 교환받을 수 있는거죠?"


그래서 나는 갤럭시노트7이 안전한 배터리로 바뀔 때까지 갤럭시7을 일주일정도 사용하다가

노트7로 교환받았다. 안전인증된 노트7은 액정에 표시되는 배터리 모양이 초록색이었다.

(초기 모델은 액정에 표시되는 배터리 모양이 흰색이다.)


그러니까 나는 미국가겠다고 휴대폰을 세개나 쓴 셈이다.

안전 인증되지 않은 노트7, 배터리를 바꾼 노트7을 기다리는 동안 쓰던 갤럭시7, 미국 가기 직전 교환받은 안전인증 노트7.


내가 다녀온 후 안전인증 노트7도 팡팡 터졌다.

서울에서 난 또 갤럭시 엣지7로 바꿨고.


미국의 손때가 묻은 갤럭시 노트7은...

고작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나에게 없다.(흐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