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화_길을 잃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네_로열마일탐사보도_03차_에딘버러 1일차_180614
전편에 이어, 에딘버러 일정(1일차)
Hula Juice Cafe(아침)-The Writer's Museum-St Giles' Cathedral-Adam Smith Statue-Museum of Childhood-John Knox House-Fudge House-Kick ass Hostel(숙소/휴식)-Armchair Books-Greyfriars Kirkyard in Edinburgh-The People's Story Museum-Kirk of the Canongate-The Museum of Edinburgh-Scottish Parliament Building-Palace of Holyroodhouse-Oink Burger(저녁)
(이번화에 다룰 내용은 파란색)
퍼지를 욕심껏 사오기도 해서 짐도 놓고, 잠시 쉴 겸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 다시 느껴보는, 에딘버러 캐슬도 문닫게 만든 그날의 날씨. (Grassmarket)
숙소는 그라스마켓(Grassmarket)근처에 있었다.
알다시피 에딘버러 숙소는 호스텔의 도미토리였다.
당연히 2층침대였고, 12시 넘어 체크인 했으니 2층. 2층에서 힘겹게 잤다.
나는 평소에 침대를 쓰지 않는 좌식생활자이기 때문에, 1층을 선호하는데
집에 잠시 쉬러 간 사이, 1층이 비었다! 야호!
후닥닥 빈 1층으로 짐을 옮기고 잠시 누워있다가 옆 1층을 쓰는 분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무언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영어 무능력자라서 아주 짧게 날씨 이야기와 국적을 말하고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와 열살차이가 나는 분이셨다.
이럴 땐 영어 공부 더 할 걸.. 싶다.
셋째날 시간 나면 가려고 한 홀리루드 궁전(Palace of Holyroodhouse)를 오늘 가기로 마음먹고,
찬찬히 다시 에딘버러를 살펴보기로 했다.
에딘버러 일정을 짜면서 숙소 근처에 중고서점 괜찮은 곳이 있다고 봐서, 우선 그곳을 공략하기로 했다.
"Armchair Books"
△ 바람이 하도 불어 찍는 내내 정신을 못차렸더니 사진도 정신을 못차린 느낌이다.
"BOOKS"가 휘청이는걸 보세요, 여러분.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화악 풍기는 책냄새.
그래, 이 냄새야.
△ 촘스키(Chomsky)가 반가워서.
촘스키는 누군가에게는 정치학자일테고, 누군가에게는 언어학자일 것이다.
나에게는 학부 수업때 잠시... "이 사람 뭐야? 왜 이래?" 하고 놀란, 언어학자.
△ 누군가에게 지식을 건네주고,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또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며...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책들.
△ 책장 빈 공간에 "낑가있던" 곰돌이.
인형들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오즈의 마법사 등 초판, 혹은 꽤 오래 돼 보이는 삽화가 있는 동화책들도 있었는데
왠지 찍으면 미술관의 그것들처럼 손상이 갈까봐 눈으로만 보았다.
탐이 나긴 했지만 비싸서...
조용히 내려놓았다.
원래는 조앤 K. 롤링(Joan K Rowling)이 해리포터(Harry Potter)를 쓴 곳이라고 알려진
엘리펀트 하우스(The Elephant House)를 가려고 했으나...
두눈 멀쩡히 뜨고 지도를 봐도 잘못가기 일쑤인 나는, 엄한 공동묘지를 갔다.
"Greyfriars Kirkyard in Edinburgh"
바람이 불어 더 음산한 이 공동묘지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지?
하고 알아봤더니... 해리포터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여기서 많이 나왔다고 한다.
해리포터를 본 적이 없으니 그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영국에 오면 해리포터 성지들이 꽤 많다. 에딘버러도, 런던도.)
△ 누군가의 손이 등장.
그리고 길을 헤매며 로열마일로 가는 길을 찾아갔다.
△ 마구잡이 길사진.
그리고 The People's Story Museum.
이곳은 에딘버러 민속박물관쯤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이곳의 박물관들은 엄숙하다기보다는 동네 명물 자랑모임 느낌이다.
격의 없어 재미있고, 이렇게 모아놓은 것이 특이하고 흥미로운 곳이다.
마치 내방의 피규어 모음집, 여행 소품 모음집같달까.
△ 세계 제 2차대전 당시 에딘버러 사람들.
△ 이런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골동품 가게 아니, The People Story Museum.
이것도 박제라면 박제일지 모르지만,
정말 응답하라 1997, 1988에 나올법한 드라마 소품들이 유리창 너머로 잔뜩 붙어있었다.
그런데 이 박물관의 이름이 마음에 든 건, 'People Story'라는 점.
테니스 라켓에 숨어있을 이야기.
친구와의 내기, 썸녀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었을 그 누군가의 이야기가
마치 황조가의 화자가 느꼈을 외로움을 이천여년이 지난 나에게도 사무치듯 느껴지듯 느껴졌다.
자, 이제 발걸음을 옮겨서, 캐논게이트 교회(Kirk of the Canongate)로.
여긴 스코틀랜드식 교회라고 하던데. 여기에 아담 스미스의 무덤이 있다는데, 그것까진 몰랐다.
(그루닉 교수님보다 윗길인 스미스씨의 무덤을 지나치다니..)
그루닉 교수님이 궁금하다면, 이것 또한 이전화 클릭.
이것도 서울 와서 알았다.ㅠ
굳이 변을 하자면, 캐논게이트 교회는 원래 일정에 없었다.
여기서 잠깐, 'kirk'란 커크. 스코틀랜드식 영어로 교회를 말한다.
Westminster Assembly(1645~1648)에서 쓰지 않기로 결정한 용어라고 한다.
△ 캐논게이트 교회(Kirk of the Canongate).
그냥 있길래 들어가 본 곳인데 놀랍게도 이곳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
△ 캐논게이트 교회 내부(앞).
의자에 특이하게 문장들이 있었다. 군대랄까, 중세의 가문이랄까...
의자를 못찍었던게, 저기 앞에 있는 목사님들이 진지하게 얘기하고 계셔서...
대화에 방해가 될까봐.
△ 캐논게이트 교회 내부(뒤).
파이프 오르간이 뒤에 있었다. 교회 규모가 크지 않아 파이프의 크기도 작다.
한경직기념관의 오르간이 되게 짐승처럼 보일 정도로
작고 아기자기해서 또다른 느낌이다.
연주를 하면 여기서 어떻게 울릴까.
'서울 출신이다.' 도 말할 준비를 하는 중인데, 놀랍게도!
한국어 안내문을 꺼내주신다!
어머나 세상에.
이곳에서 한글을 볼 줄이야.
너무 반갑고 신나서 "Thank you!"를 연발하고, 읽어봤는데.
너무 궁서체로 또박또박 역사가 적혀있어서 무슨 말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왠지 한국어 안내문을 찍으면 저작권에 걸리지 않을까, 혹은 이거까지 다 찍어놓으면 재미 없으니까.
사진은 생략. (사실, 회사에서 폰트 저작권으로 너무 당했어)
△ 캐논게이트 교회 앞에 동상이 하나 있다.
교회로 가요호~ 하고 노래부르는 소년인 줄 알았는데.
로버트 퍼거슨 (Fergusson)이라는 시인이라고 한다.
이 교회에 아담 스미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묻혀 있는데,
이 분도 잠들어 있다고 한다.
오늘의 블로그 정리.
에딘버러 캐슬이 취소되고 나서 발길이 닿는 곳으로 다니다보니
서울와서 아, 이곳이 이런 곳이었구나. 알게 된 것들이 많다.
역시 아마도 이렇게 정리하지 않았더라면 아예 몰랐을 사실들.
정리하면서 또 배운다.
다음 여행에도 사진과 생각을 차곡차곡 쌓아 와야겠다.
그리고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군.
폭염에 쓰려니 정말 죽겠다.
조금 쉬었다가 아주 조금 선선해지는 밤에 또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