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_런던으로 가보자!_에딘버러에서 런던으로 버진트레인(Virgin Train) 1등석 타기_180616
브런치를 끝내고 많은 후기처럼 드디어 우버를 타고 웨벌리역(Waverley Station)으로 갔다.
오후 2시 30분 기차였지만 꽤 일찍 가서 기다렸다.
비행기 놓친 것에 대한 교훈이 굉장히 컸으니까.
혹시나 우버를 제대로 못탈까봐(날도 밝고 이제 길도 다 아는 데 그럴리 없겠지만 그래도.)
가서 기차 티켓 제대로 못 인쇄할까봐(이미 인쇄한 종이도 있지만서도.) 등등. 모든 불운을 다 생각해 내고선 일찍 갔다.
첫날 밤이라 어둡고 깜깜하고 비오고 바람불고 해서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에딘버러는
똑같이 마지막날은 비도 오고 바람도 불었지만 며칠 있었다고 꽤 호락호락해졌다.
우버를 불렀으나 찾지 못했던 그날과 달리 호스텔 앞으로 우버는 바로 왔고,
우버 운전기사님은 친절하셨으며, 19kg 캐리어도 친절하게 내려주셨다.
웨벌리역에 도착해선 지나다니는 직원과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인쇄한 종이를 들이밀며 이 종이가 티켓이냐를 두세번 확인받고서야,
조용히 앉아서 기차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 쫄보 인증. 14시 30분 기차인데, 12시부터 이미 나는 웨벌리 기차역(Waverley Station).
에딘버러행 비행기를 놓쳤을 때 런던에 있을 생각을 하지 않고 에딘버러행을 강행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에딘버러(Edinbugh; Waverly Station)-런던(London; Kings Cross Station) 기차를 1등석으로 끊었기 때문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특히 에딘버러는 비와야 멋지다는데 비는 개뿔... 오는둥 마는둥이고 바람이 죽자고 불었지만.
에딘버러 캐슬이 취소되고 길을 자주 잃더라도.
내가 꾹꾹 참았던 이유는 바로! 1등석 기차!!!!!
영국 여행을 하면서 기차는 총 2번을 탔는데,
한번은 에딘버러에서 런던으로 갈 때, 그리고 코벤트리에 사는 친구네 집으로 갈 때였다.
에딘버러에서 런던까지는 비행기로도 1시간 30여분. 기차를 타고 간다면 4시간여가 걸린다.
제주도 바로 위의 섬이 시골인 나는, 꽤나 장거리 여행에 익숙한 편인데,
노하우가 하나 있다면 시간과 관계없이 좌석이 안락하고 편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시골까지 평상시에 5시간에서 5시간 30분정도.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 그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서 일반 좌석 버스를 타면 백이면 백,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물론 2시간에 한번씩 운전기사님이 휴게소를 들러주셔서 기지개도 펴고 걸을 수 있는 시간도 주시지만, 보통일이 아니다.
애시당초 시골가는 버스는 우등 고속 버스지만 우등 좌석이 있기 전에 정말... 눈물이 또르르.
돈보다는 시간이, 돈보다는 체력이 더 중요한 30대에게 조언하나 한다면,
잊지말자, 장거리엔 운송수단에 돈을 아끼지 말라.
아낄거면 아예 장거리 여행을 할 생각을 하지 말라.
그래서 1등석을 예매했다. 4시간여가 되는 시간동안 편히 가려고 말이다.
12월이었던가, 운 좋게 런던행 비행기가 대한항공에서 싸게 풀려서 100만원대로 항공료를 도전할 수 있었다.
(그 때 에딘버러에서 써야 할 운을 다 쓴건가.)
6월 출발 비행기였으니 시간이 넉넉했기에(너무 넉넉한 나머지 여행계획을 6월이 되어서도 정하지 않았다는 함정.)
생각이 많아져 1월쯤, 에딘버러 일정이 추가되었던 것이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에딘버러-런던은 예전에 '메가버스'가 있어서 심야버스를 탔다는데 없어진지 오래고
비행기 혹은 기차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었다.
심야버스의 가격이 획기적으로 쌌지만, 터키에서 심야버스를 탔다가 엉덩이 큰 아주머니랑 껴서 밤새도록 뒤척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메가버스가 있다고 해도 탈 생각은 없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세부 일정은 안 짜도 생각나면 바로 결재하는 편이라
런던발 에딘버러행 비행기는 예매를 바로 해서 78.3 파운드.
(그런데 놓쳐서 158파운드 추가. 아, 볼때마다 슬픈 금액. 이러면 얼리버드가 소용이 없습니다, 여러분.)
기차도 1등석으로 마음먹고 결재하려고 보니 기차 스케줄이 나오지 않았고,
3월쯤인가 다시 시도했을 때는 141파운드나 했어서, 다시 비행기를 알아볼까... 싶었는데
출발 3주전에 매우 싸지니 그때 사는게 어떻겠니 하고 풍선 도움말이 떠서 그 때 시도했다.
결론으론 1등석을 62파운드에 예매했고 히드로에서 런던 시내로 들어오는 시간, 교통비를 제하고 나면 꽤나 합리적인 가격의 소비였다.
예약 사이트와 방법은 다른 블로그에서 많이 다뤄주시니 다루지는 않겠고,
여러분, 3주전 예약, 잊지마세요.
그럴줄 알았으면 2시간 더 일찍 출발할 것을.
그렇지만 여행의 묘미는 늘, 애매하게 남는 시간과 자꾸만 잃어가는 길. 이 두개가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되면서 생기는 그 무엇 아니겠는가.
친구에게 카톡으로 사람 구경의 결과와, 웨벌리역 중계도 해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브라이튼 역에서도 그랬지만 이 곳 웨벌리역에도 피아노가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 누구나 피아노를 마음껏 칠 수 있는데, 영국 훈남이 열정적으로 되게 많은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 상주하는 연주자 같지는 않고 기차를 기다리며 연주했는데 꽤 오랜시간을 해서 귀가 심심하지는 않았다.
△ 코스타(Costa) 커피. 친구가 런던 도착하자마자 에딘버러 비행기 타기 전에
공항에서 코스타 한잔 때리랬는데 터미널에 제때 못가는 바람에
런던행 기차를 기다리면서 드디어 코스타 커피 시전.
△ 영국도 나름 강력한 금연 정책을 실시하는 중이다.
저렇게 담배 판매대는 불투명 검은 문으로 닫혀있고
정확한 담배명칭을 대야, 담배를 살 수 있다.
호기심으로는 절대로 살 수 없다는 것.
직업병 아닌 직업병이다. 아무래도 금연선도기관, 금연정책관련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그런데 런던에 갔더니 은근 길빵이 많았다.
이 정책도 소용이 없는 건가...
두 시간 넘게 기차역에 있으려니 커피도 한잔 마셔보고, 매점도 다녀오고, 화장실(30센트. 유료)도 다녀오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기차를 타러 갔다.
화장실에선 카메라를 들이밀 수 없으니, 화장실 사진은 생략이다.
△ 보이는가! 1등석(First Class)! @_@
자, 어쨌든 이제 에딘버러를 떠난다. 드디어 가고자 했던 런던에 간다.
△ 그냥 가기 아쉬우니 1등석 구경 동영상.
△ 내 좌석자랑. 1인용 자리에 앉았다.
티켓검사까지 하고 나니 이제 이곳은 내 자리.
넉넉한 용량의 데이터 유심을 끼우고 왔지만, 와이파이가 무료니까.
와이파이도 연결하고, 1등석 기차 여행을 즐기기 시작.
△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를 읽고 소소한 느낌을 메모하며 기차여행을 했다.
BGM은 심규선(Lucia)의 '몸과 마음' 앨범.
저 메뉴판이 왜 있나.. 했더니, 1등석에선 저 메뉴가 무료였다.
에비앙 물도 사왔는데 사실, 물도 주고 다 준다. 괜히 샀다.
내가 여행이나 놀러가면 해가 너무 내리쬐서 선샤인 수준인데,
에딘버러는 선샤인 능력이 빛을 잃었다. 가는날까지 비가 추적추적.
그런데 비가 와서 더 분위기가 있는 곳이 에딘버러였다.
△ 안녕, 에딘버러. 늘 밝은 햇살로 반겨주는 곳만 보다가 너의 흐림을 보니 새로웠어.
다음에 와도 또 흐린 얼굴로 맞이해줘.
비를 떨궈줘도 난 좋아.
△ 돈 내고 먹는 건 줄 알고 안 먹고 있었는데 보니까 눈치를 보니까 1등석이면 무료였다.
놓친게 아쉬워서 또 안주면 어쩌지... 했는데 승무원 이모랑 동생들이 계속 오며가며 까까랑 샌드위치랑 주스랑 커피랑 무한 리필이다.
심지어 까까는 받을 생각이 없었는데 승무원 이모가 내가 좋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는데 내 손에 쥐어줬다.
영국도 넓긴 넓은 모양인지 4시간동안 가는 데
비오다 흐리다 맑았다 비오다... 동네가 바뀌면 날씨도 바뀌었다.
아, 이 매력적인 곳 같으니라고.
△ 내 옆자리. 4인용자리. 아무도 앉지 않아서 양쪽으로 볼 수 있었다.
시야가 넓어져서 행복했다. 비오는 영국.
△ 기성용이 있다는 뉴캐슬. 영국친구 말로는 뉴'카'슬(Newcastle).
△ 출장가는 길의 오송행 ktx 풍경같지만 영국입니다. 여러분.
부슬비 내리다가 우르르쾅쾅하다가 쏟아지기도 하는 변덕스런 날씨 경험 중.
△ 런던 가는 길에 제주의 시를 읽는다는 게 오묘하고 재밌었다고나 할까.
비오는데 물의 심상이 가득한 제주 봄바다.
물의 심상을 잔뜩 느끼던 시간.
△ 런던으로 갈수록 선샤인 효과가 나타나면서 해가 뜨기 시작.
4시간동안 책도 읽고 생각도 쓰고 창가의 경치를 보고 하다보니 정말 '순삭'이었다.
킹스크로스에 도착해선 어차피 또 올꺼니까.
사진은 생략하고 도미토리에 지친 몸을 편히 쉬게 하고 싶어서 체크인을 하러 '화이트채플'로 갔다.
△ 안녕, 런던! 안녕,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
그래도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는 한번 찍었다.
사실 지하철을 잘못 타서... 숙소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한번.
런던지하철은 서울지하철처럼 2호선과 3호선 환승역일 때 2호선과 3호선 승강장이 각각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승강장에 2호선과 3호선 지하철이 함께 지나간다. 아마도 지하철 호선이 워낙 여러개가 지나가서 그러는 것 같다.
내 숙소였던 화이트채플만 해도 한 3~4개는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표시판을 잘 보고타야 한다.
내 숙소는 '이비스 버짓 런던 화이트채플-브릭레인 ibis budget London Whitechapel - Brick Lane'이었다.
더블베드 2인실이었는데, 금액이 싸서 그냥 혼자 묵었다.
무시무시한 런던 물가에 비해 싼 편이다보니 없는 것이 많은 숙소였지만.
우선은 혼자 쓰고 뜨거운 물도 콸콸. 침대도 안락해, 우선 드러눕고.
△ 굿나잇으로 스푼언니 보고. 코오 잠.
비오던 기차 안에서의 낭만이 떠오르는, 9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