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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화_나 이렇게 국제미아 되는거야?_런던 히드로에서 에딘버러 가는 길(영국항공)_180613 본문

내면일기/2018) 반칠십_친구찾아 에딘버러에서 런던까지

02화_나 이렇게 국제미아 되는거야?_런던 히드로에서 에딘버러 가는 길(영국항공)_180613

hi-tadpole 2018. 7. 10. 23:20

히드로까지는 무난히 도착했다.

영어 무능력자이지만서도 미국에서도 대충 눈치껏 잘 대답해 3번의 출입국 심사에서 아무 일도 없이 잘 통과했으니.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충 나는 런던의 모 호텔에서 묵을 예정이고 그냥 놀러왔으며, 11일정도 후엔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


짐도 잘 찾았다.

문제는 그날의 도착지는 히드로가 아니었다.


나는 대한항공을 타고 인천에서 히드로까지 간 다음,

짐을 모두 찾아서 다시! 영국항공을 타고 히드로에서 에딘버러로 가야했다.


항공사가 다른 환승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잘 헤매지 않고 찾을 것이라는 무한한 나에 대한 신뢰.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여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희망찼다. 우와 영국이다! 내가 영국을 오다니, 뭐 이런.


이제 하나의 숙제가 남았다. 

런던에서 에딘버러로 가는.

대한항공과 영국항공(국내선)은 터미널이 달랐다.


벌써 가물가물해진 기억이지만서도. 대한항공은 터미널 4였고, 영국항공(국내선)은 터미널 5였다.


터미널 5로 가는 길을 찰떡같이 찾아 가는 중에,

친절한 공항 직원 아저씨가 어디를 가냐고 묻길래, 터미널5 라고 했더니, 

이 티켓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티켓으로 열차를 타고 가면 된다고 했다.



역시 영국은 신사의 나라.

친절하기도 하여라를 연발하며 기차를 타러 내려갔다.


그 곳에 있던 친절한 공항 여직원이 또 어디가냐고 묻길래, 동일하게 터미널 5를 간다고 했고,

(대체 몇번째 터미널 뽜이브를 말하는 건가.)

그녀는 여기서 타면 된다. 하고 뒷말을 붙였는데 사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어서 우선 탔다.

(이것이 큰 비극이 될줄은 모른 채)


한 두어정거장 지났더니 티켓 검표원이 나타나선 표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저 표를 들이밀었더니, 이 표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 나 이거로 갈 수 있댔어, 이 표면 된다구 했는데...

직원: 너 어디가는데?

나: 터미널 5(진짜 이게 몇번째 터미널 뽜이브냐)

직원: 이건 터미널 5를 안 가.

나: 으? 어?

보다 못한 뒷 승객: 넌 아까 내렸어야 했어. 2&3 터미널에서. 거기서 갈아타야했는데. 이 열차는 이제 공항을 벗어났어.

나: 으? 어?

보다 못한 뒷 승객: 넌 내려야 해.

나: 으? 어?

직원: 우선 이 다음역에서 내린 다음, 바로 반대편에서 타면 돼.

나: 으? 어?


갑자기 식은 땀이 났다.

속절없이 기차는 공항 밖으로 벗어났고, 나는 수하물을 부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득찬 상태였다.

두 비행기 시간의 차이는 2시간 30여분정도.


결국 나는, 원치않게 공항 밖, 그니까 런던 시내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Hayes & Harington 역이다.)

심지어 연착 크리까지 맞았다. 그리고 심지어 한번에 터미널 5로 가는 것이 아니라 터미널 2&3에서 내렸다가 5로 가는 기차를 다시 갈아타야했다.



인천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타러 갈 때 본 노선도.


"Change here for free transfer service to Terminal 5"


이 빨간 글씨를, 왜 보지 못했던 것일까.

친절한 직원이 이 열차를 타라고 말하고 뒤에 붙었던 말이, 터미널 2&3에서 갈아타야 한다.. 였던 것이다.

아마도 내가 일주일 전에 에딘버러 도보투어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에딘버러 가는 길을 열심히 알아봤을 것이고.

히드로 공항에서 영국항공을 타고 에딘버러 가는 방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했더라면,

기똥차게 2&3에서 내려서 5로 갔을 것이고. 아마도 이 부분에서 내가 지금처럼 민망하지 않게,

주의하라고만 썼을 것이다.


발을 동동 구르며 터미널 5로 다시 들어갔다.

코벤트리에 사는 친구에게 나는 지금 바보같은 행동으로 에딘버러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해두었다.


후닥닥 달려가서 체크인하는 곳으로 갔다.

내 차례가 다가오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유대교인 복장을 한, 땀냄새가 흥건한 어떤 아저씨가 자기가 급하다고, 탑승 15분 전이라고... 말하며 내 앞으로 새치기(?)를 시도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아저씨, 저도 25분밖에 남지 않은 걸요. 라고 말하려고 영어 문장을 이리저리 조합하는 사이,

그 아저씨는 내가 괜찮다고 하는 줄 알고 먼저 프론트로 갔으나 


직원은 "Too late."이라고 단정하게 답했다.


(비켜, 이 자식아! 내가 언제 오케이했어! 하고 외치려다)

급히 나도 늦었다...라고(나 좀 살려달라고는 생략) 프론트 언니에게 말했더니,

아주 애석한 표정으로

넌 짐을 부쳐야 할 사이즈인데... "Just 1 minute late" 이라며. 


어서 쩌~~~쪽으로 "Run, run!"해서 수하물이 "Closure" 됐는지 물어보라는 거다.


진짜 덥지도 않은데서 땀을 한바가지 흘리면서 또 뛰어서 거기로 갔더니만, 이번엔 독수리타법의 어떤.. 이모였다.

이제 영어 문장 조합 따위도 없었다.

1분이다, 1분. 가능성을 찾아,


나 지금 늦었어. 내 비행기는 20시 05분 비행기야.

내 이름은 CHOI.


여권과 모바일 항공권을 재빨리 들이밀며 말했는데.

속터지게 독수리타법으로  CHOI를 찾더니 아주 느릿느릿 수하물센터에 전화를 하더니

또 애석한 표정으로 "Close."


그럼 얼마지? 다음 비행기?라고 물었다.


바로 그 다음 비행기를 타야할 이유는... 그 다음 비행기가 바로 오늘의 마지막 에딘버러행 비행기였으니까.


그런데 그 독수리타법 언니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표정으로.

"표를 새로 사려면 이번엔 저쪽으로 가야해."


와.. 이렇게 뺑뺑이를 돌다보니 대한항공 직원들의 친절함.

아마도 대한항공 직원들이었다면, 


손님, 너무 늦어서 수하물을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전화해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라고 했을 것이고.

아마 첫번째, 체크인 데스크에서 전화를 해서 알아봐줬다면 독수리타법언니의 속터지는 CHOI 타법을 보지 않았을 것이고.


늦어서 수하물을 넣지 못해 다음 비행기표를 다시 사야했다면, 아마 그냥 비행기표를 사러 다음 창구로 가는 일만 했을 것이지만.


첫날부터 느낀 건. 이곳은 영국이고, 노동자 중심의 나라였다.

우리는 손님이 왕이지만, 여기선 노동자가 중심이다.


그렇지만 정말.

아니 쪼끄만 애는 아니지만 어쨌든 28인치, 19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캐리어와, 더플백을 메고 있는 동양인이

터미널 5를 이리저리 횡단하는 모습은 애처로워 보이지 않았던 걸까.


결국 그 다음 비행기표를 사러 매표창구로 갔더니.

뭐라고 하는데 영어가 들릴리 만무하다.


비행기를 놓치다니..


막 이것저것 계산하더니 158파운드를 더 내란다.

카드를 내어놓고 힘이 쭉 빠졌다.



에딘버러 가는 길이 험하고 험하구나.


결국은 6월 13일 에딘버러행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에딘버러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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