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博愛主義者
05화. 비오는 뉴욕, 그래도 찾아야 하는 숙소.(0930, 맨해튼) 본문
애석하게도 펜스테이션(Penn Station)에서 39번가에 있던 우리집까지의 사진은... 없다.
왜냐하면, 내리자마자 비가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지난화에서 말했지만 내 캐리어는 20kg에 육박했으나 바퀴가 하나 고장났고(그것도 안쪽 바퀴)
한쪽은 우산, 한쪽은 캐리어.
그 와중에 중간중간 구글 맵을 보며 길을 찾아야 했다. 당연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낙천의 대가인 나는 내가 펜스테이션에서 내리면 비가 뚝 그칠거야... 라는
말도 안되는 신념이 있었으나 비가 쏟아졌다.
믿을 수 없어.
그동안 어떤 '비'관적인 일기예보도 나의 낙천성을 이기지 못해 결국 말간 해가
얼굴을 들이 밀었는데. 어떻게 온 뉴욕인데 비가 온단말인가!!!
망연자실했다.
우산 꺼낼 생각을 안 했다가 펜스테이션 근처 건물 처마 밑에서 어렵사리 캐리어에 박혀있던 우산을 꺼냈다.
공항에서 짐 찾기 편하게 하겠다고 모스크바 그림이 그려진 캐리어 커버로 싸고
혹시나 또 몰라서 주황색 캐리어 벨트까지 채워 시선 집중시킬만한, 내 캐리어.
칭칭 감겨진 캐리어를 풀자니 그것도 일이었다.
우리집은 펜스테이션 코앞에 있는 건 아니었고,
평소 걸음 속도가 경보선수 수준인 내가 초행길 + 비옴 + 고장난 캐리어를 들고 가기엔 20여분 걸리는 곳이었다.
20분이 걸린 이유는... 캐리어의 영향이 컸다.
바퀴가 고장난 캐리어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는데. 캐리어 커버였다.
내 캐리어가 커버보다 살짝 날씬해서 캐리어 커버가 캐리어 바퀴에 자꾸 껴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내 몸이나 좀 날씬했더라면....ㅠ)
결국, 결심했다.
저놈의 모스크바 커버. 캐리어도 고장난 마당에 가보지도 않은 모스크바 커버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쏟아지는 비 속에서 우산을 겨우 목과 어깨 사이로 끼우고는
쪼그리고 앉아서 캐리어와 캐리어 커버를 분리시켰다.
신발에 붙은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퀴에 씹힌 캐리어 커버를 겨우 빼내서 뉴욕 쓰레기통에 획 던지고는.
더더욱 빠른 속도로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드디어 영어를 써야할 시간이 왔다.
홍보학의 아버지인 그루닉 교수님은 미국 사람이라 영어로 볼 논문이 많았으니
2년동안 석사 공부하면 영어가 많이 늘 줄 알았겠지만 그것은 경기도 오산시.
프론트에 조용히 미리 인쇄한 바우처를 꺼내고, "Check in, please.'라고 말했더니.
프론트남: 넌 체크인 시간을 세시로 했잖아, 아직 두시 반이야...
나: 일찍 해주면 안돼?
프론트남: 안돼.
나:... 그럼 계산이라도 먼저 하게 해줘.
프론트남: 세시에 받을래.
아, 이 곧은 사람...
어쨌든 체크인을 멀쩡하게 세시라고 적어놓은 내 손을 탓하며
그때부터 난 호텔 로비에서 프론트남과 숨막히는 '같은 공간에서 딴짓하기.'를 시전했다.
그래도 이 곧은 사람은 자애롭게도.... 와이파이는 빌려줄 생각이 있는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맑고 화창한 날 기분 좋게 찍은 호텔 로비.
그러나 체크인 전엔 비가 쏟아졌다.
왼쪽에 살짝 보이는 프론트에 프론트남이, 오른쪽에 바로 보이는 쇼파에 내가 앉아있었다.
하릴없이 비오는 걸 지켜보다가 뉴욕 일정 동기화 친구들과 나의 도착상황을 알리며 시간을 계속 확인했다.
3시 땡 치자마자 나는 프론트에 성큼성큼가서 체크인했다.
원래 계획은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서 샤워하고 좀 누웠다가
똘똘이 동생 만나서 예약할 것들을 함께 예약하기였는데.
아, 이 곧은 사람...
카드키를 받으니... 휴우, 드디어 가장 큰 일을 해냈다는 안도감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