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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_에딘버러 마지막은 동네맛집에서_2일차/3일차_180615/16 본문

내면일기/2018) 반칠십_친구찾아 에딘버러에서 런던까지

14화_에딘버러 마지막은 동네맛집에서_2일차/3일차_180615/16

hi-tadpole 2018. 9. 4. 23:37

이러나저러나 에딘버러 캐슬(Edinbugh Castle) 다녀와서 호스텔에 널부러지다가 어제부터 나를 봤다는 한국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있어선 안 될 일'의 정황도 이 친구가 설명해주었다.

이 친구 말에 의하면 하도 자고 있길래, 심지어 한치의 움직임도 없이 정말 기절하듯이 자길래.

이 사람이 살아는 있는 건가. 아니, 근데 여행와서 무슨 잠을 저렇게 많이 자지? 싶었다고 한다.

말해 무엇하리. 잠을 못잤는데.


어쨌든 이 친구는 시애틀에서 살고 있는 친구라 영어를 굉장히 잘했고. 그래서 이 친구 덕을 보기로 결심했다.

저녁이나 함께 먹으러 가자. 그래서 에딘버러 동네 맛집을 가기로 했다.

여기서 이 친구가 알려 준 사실인데 '하기스(haggis)라고 하는 스코틀랜드 전통음식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순대 같은 것으로 피시 앤 칩스(Fish & Chips)와 함께 먹어보자고 해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별점의 순도가 꽤 높은 곳을 찾다가 관광지의 중심인 우리 숙소에서 떨어진, 그러니까 에딘버러 베드타운쪽의 맛집을 찾았다.

"Globetrotter Fish & Chips"


△ Globetrotter Fish & Chips.

홀에 앉아 먹었다.


△ 내가 시킨 것들.

또 한번 아이언 브루(Irn Bru), 소시지, 하기스,

그리고 피쉬 앤 칩스.


△ 하기스(Haggis)는 이렇게 생겼다.


하기스(Haggis)는 기저귀가 아니고 (스펠링도 다르다!!) 스코틀랜드 음식인데 우리나라 순대처럼

송아지의 내장을 다져서 향신료로 양념한 다음 오트밀과 섞어 다시 송아지의 위에 넣어 삶은 요리다.

5화에서 소개한 적 있는 무려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을 작사한 Robert Burns의 생일인 1월 25일에

그를 기리며 그가 쓴 시인 "Address to a Haggis"를 낭송하며 하기스를 먹는다고 한다.

그 날을 "번스 나이트(Burns Night)"라고 부르는데, 스코틀랜드의 기념일인가보다.

전통음식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김장김치가 집집마다 다르듯 하기스의 맛도 만드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하기스는 우리나라야 순대와 비슷해서 혐오스럽지 않지만, 누군가에겐 혐오스러운 음식인가보다.

뭐... 혐오음식으로 뽑혔다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분식의 삼대장은 떡볶이, 튀김, 순대 아니겠는가.

삼대장을 즐기는 나는 먹을만 했다.


그리고 피시 앤 칩스는 알다시피 대굿살 튀긴 '피시'와 감자 튀김 '칩스'의 합체물이다.

대굿살이 오동통하게 올라와서 맛있었다. 


영국에 있으면서 럭키했던 것은(참고: 러키는 불운의 상징이라면, 럭키는 진심 행운이란 얘기다)

마침 월드컵 시즌이었다는 것이다.

마침 하기스를 먹을 때 스페인과 포루투갈의 경기가 있었고, 마침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달성하던 날이었다. 

심지어 딱 앉아서 집중하려던 찰나, 날두 형이 그림같은 프리킥을 성공시켰다.


짱재미! 꿀재미! 어머나 세상에 스코틀랜드에서 월드컵을, 그것도 호날두 해트트릭을!

스코틀랜드 사람들하고 보고 앉았다니!!!


기분에 취하고 맛에 취해서 슬픈 에딘버러의 시간들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하필 스코틀랜드 바람을 이기지 못해 콜록대는 기침 덕에 감기약을 먹는 바람에 술을 마시지 못했다. 두고두고 아쉽다.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40세가 넘으신 영국 이모가 있었다.

그 이모랑 이런저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보냈다.


내가 그 이모한테 반칠십이라고 했더니 오마이굿니스라신다.

사실 같이 있던 친구가 반오십인데 내가 같이 있어서 친구로 보였나보다.


영어를 좀만 잘했다면 이상하게 너네가 우리 나이를 모르더라.

이렇게 생기면 반칠십이고 저렇게 생기면 반오십이야라고 말해줬겠지만 그냥 씨익 웃고 말았다.


뭐, 그러고 나서 그 문제의 남녀 혼용 샤워실이 불편하다고 했더니 

3층에 단독 샤워실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비록 센서등이라 중간중간 불이 꺼지기도 하고 물이 차갑기도 해서... 

그냥 2층에서 하면 뜨신 물에 몸이라도 풀건데... 싶었지만 그래도 남녀 혼용 샤워실은 불편하니까.


맘편하게 씻고 푹 잤다.


다음날 아침.

작정하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 숙소 앞 그라스마켓(Grass Market)은 주말마다 요렇게 마켓이 열린다.

비가 와도 열리는. 이정도 비였으면 정말 한국이면 심각히 휴장을 고민했을 텐데.

이곳은 바람과 비의 도시 에딘버러.

사진 윗부분의 공사현장은 8월의 행사, '밀리터리 타투' 관중석 공사 현장이다.


마지막날 찐~ 하게 비로 마무리 해주는 러키한 에딘버러.

영어 잘하는 친구는 이날 공항으로 출발해 체코였나.. 어디로 가야했고.

나는 이날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들어가야 했다.

서로 시간이 오전 정도만 있는 상황이었어서 같이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이미 비행기를 한번 놓친 다음이라 나는 굉장히 긴장태세였어서 비를 뚫고 스코티시 에그(스카치 에그(Scotch Egg); Scottish Egg)만 먹어보기로 했다.


약간 이른 시간이라 관광지인 우리 숙소 근처보다는 다시 베드타운 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해서

어제 갔던 길과 비슷하게 가면서 밥집을 훑었다.


밤에는 술집이고 낮에는 브런치집인데.

스코티시 에그는 원래 밤에만 된다고 해서 포기하고 나가려고 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우리가 이제 곧 떠난다. 라고 했더니 선물이라며 친절하게도 해줬다.

비밀이라며, 해줬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아보이는 곳이니 저녁에 스코티시 에그와 술 한잔 하러 가보시라.

"Innus &Gunn"


이때도 감기약 덕에 술은 못 마셨다.

여행초기라 몸을 아껴야 하므로.ㅠ


△ 스코티시 에그(Scottish Egg).

영롱한 생김새를 보라!


스코티시 에그(스카치 에그)는 삶은 달걀을 다신 소시지로 감싼 뒤 빵가루르 묻혀 굳거나 튀긴 간식 메뉴다.

런던의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 &Mason)에서 개발했다는데... 

몰랐네. 다음에 런던 가면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팔면 먹어봐야지.


또다른 의견으로는 중앙아시아와 남부 인도 요리법을 결합한 '나지시 코프타'하고도 비슷해서 그쪽이 먼저다.. 라는 얘기가 있다는데,


알게 뭐야.

지금 맛있으면 좋은 것.



△ 이름은 까먹었지만, 뭐 브런치 메뉴였나 그랬던 듯.


먹고 나오는 길.

이곳저곳에서 마켓이 열리고 있었지만 비가 꽤 왔다.


엇, 마켓 사진이 없네?


△ 이 느낌이 에딘버러 느낌.


극적으로 한국 친구를 만나, 그것도 영어 잘하는 친구!

스코틀랜드 특식 두끼를 먹고, 한국말로 수다도 떨어보고 즐거웠는데.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다.


그 친구는 공항으로, 나는 우버를 타고 기차역 웨벌리역(Waverley Station)으로 갔다.

런던 가는 길은 다음화로...


오늘은 출근의 압박이 느껴지는 화요일이니까.

꾸역꾸역 어떻게든 써내려가는 여행기.


힘을 내자 아자자자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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