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愛主義者

원더보이_김연수 본문

외면일기

원더보이_김연수

hi-tadpole 2013. 3. 2. 16:08

아빠가 살았던 42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죠. 별들의 숫자에 비하면 그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상상해보세요. 그 빛들을 나눠서 쪼일 수 있었다면 아빠는 평생 매초당 7조 5499억 5047만 2325개의 별빛을 받으면서 살았던 것이에요. 그렇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1초였을 거예요. 그렇게 대단한 1초라는 걸 알았더라면 아빠는 울지도 않았을 텐데요. 소주를 마시지도 않았을 거고, 약병을 들고 죽겠다고 아들에게 소리치지도 않았을 테죠. 아빠 인생의 1초가 그렇게 많은 빛으로 가득했다는 걸 알았더라면 말이죠.

41쪽.

 

 

그러므로 1천 65억 개 중의 하나라는 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다는 걸 뜻한다.

그렇다면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지구의 밤이 어두울 수는 없다.

그건 나의 밤도 마찬가지다.

309쪽.

 

 

현재 우주의 나이는 137억 살로 알려져 있습니다. 137억 광년보다 더 떨어진 별들의 빛을 보기에 137억 살이란 나이는 너무나 젊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우리의 우주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팽창하는 풍선 위의 점들과 마찬가지로 별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멀어지는 별들은 희미해집니다. 우리의 밤은 아직 보이지 않는 빛과 멀어지면서 희미해지는 빛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어두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14쪽.

 

Comments